스트레스 생리학 (7) 만성 스트레스 관리법

9. 만성 스트레스 관리법

(1)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 과정

처음 부모가 된 사람들은 신생아가 울 때 왜 우는지 몰라서 당황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베테랑 부모들은 아이가 우는 소리만 듣고도 원인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처음 만나는 스트레스라고 해도 냉정하게 정신을 차리고 원인을 조사해서 문제를 파악하면 대처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울 때 처음 부모가 된 사람들이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 하는 것을 편도체의 반응이라고 한다면, 베테랑 부모들의 침착한 대응은 전전두엽피질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스트레스 반응 (1) 뇌에서 스트레스를 담당하는 부위'에서 알아본 것처럼 편도체가 고장났을 때는 외부의 위험을 위험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편도체의 기능이 우세할 때는 감정적이고 공격적인 대응을 하게 되어 스트레스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우선은 감각기관이 가져온 외부의 정보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하고 위험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위험이라고 판단되면 그 위험에 대해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트레스 관리법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만성 스트레스 관리법]

① 사정 - 스트레스에 대해 조사한다.
② 계획 - 스트레스를 제거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한다.
③ 실행 - 전략에 따라 실천한다.
④ 평가 - 위의 전과정이 효율적이었는지 평가한다.
⑤ 기억 - 스트레스와 관련한 경험을 정리하고 기억한다.

① 사정 - 스트레스에 대해 조사한다.

무엇이 스트레스가 되는지, 왜 스트레스라고 느꼈는지에서부터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이 생겼는지, 어떤 부분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지, 단기에 끝날 것인지 오래 지속될 것인지, 가벼운 것인지 심각한 것인지, 내버려두면 지나갈 것인지 아니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자세히 조사합니다.

② 계획 - 스트레스를 제거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한다.

여러 가지가 동시에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면 우선순위를 결정한 후 장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도달하기 위한 단계적인 전략을 수립합니다.

③ 실행 - 전략에 따라 실천한다.

미리 세워놓은 전략에 따라 단계적으로 실천한다.

④ 평가 - 위의 전과정이 효율적이었는지 평가한다.

계획대로 실행했는지, 실행 결과 스트레스가 해결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다른 문제는 없었는지 등에 대해 평가합니다. 계획과 실행이 성공이라면 다음 단계로, 실패라면 처음부터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⑤ 기억 - 스트레스와 관련한 경험을 정리하고 기억한다.

스트레스에 대한 모든 경험을 정리하여 다음 스트레스가 발생했을 때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2) 운동과 도망의 차이점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 예측할 수 없는 스트레스와 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일 때 인체에 가장 심각한 반응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일을 겪어도 예측할 수 있거나 통제할 수 있을 때는 스트레스 반응이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거리를 같은 속도로 뛰어가더라도 자발적인 운동은 스트레스가 되지 않았으나 필사적인 도망은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했습니다. 또한 필사적인 도망일 때는 노르에피네프린과 코티솔이 같이 증가했으나 자발적인 운동일 때는 노르에피네프린은 증가했지만 코티솔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즉 운동과 도망은 둘 다 강렬한 신체활동을 동반하기 때문에 노르에피네프린 분비가 증가했지만, 운동은 도망과 달리 스트레스가 아니기 때문에 코티솔이 적게 분비됩니다.

공부를 하지 않았거나 외부 압력에 민감한 사람은 시험 날짜가 발표되면 코티솔 분비가 급증할 것이고, 공부를 많이 했거나 외부 압력에 둔감한 사람은 시험이 닥쳐와도 코티솔 분비가 급증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험을 스트레스라고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곧 1등을 해서 상을 받거나 합격증을 받을 생각에 시험이 다가오는 것이 기다려질 수도 있습니다. 운전을 처음 하는 사람은 동네 한 바퀴만 돌아도 기진맥진하지만 베테랑 운전자는 복잡한 시내를 달리거나 장시간 운전을 해도 그다지 힘들지 않습니다.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운전이 힘들기는 커녕 운전대만 잡으면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느낄 수도 있습니다.

가벼운 스트레스 때 분비되는 낮은 농도의 아드레날린은 뇌를 깨우고 전신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인체를 최고의 상태로 만들어줍니다. 이와 달리 대상자가 통제할 수 없다거나 벗어날 수 없다고 느끼는 스트레스일 때는 코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인체가 심각한 무리를 하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 통제할 수 있다, 해볼만 하다는 느낌을 되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트레스에 대항해서 싸워봐야 자기가 질 것 같고, 실제로 계속 싸움에서 지고 있기 때문에 코티솔 농도가 가중되어 인체에 각종 증상을 일으킵니다. 그러므로 싸움에 이길 수 있는 방법, 막막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 전략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당장은 이기지 못하더라도 계속 노력하면 벗어날 수 있다는 계획과 희망만으로도 교감신경 흥분으로 인한 부작용은 가라앉기 시작할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희망은 매주 복권을 사면 언젠가 부자가 되겠지 하는 허황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계획에 기초한 실현가능한 목표를 의미합니다.

(3) 주도권과 결정권 확보하기

스트레스는 항상성을 깨뜨리려고 하는 외부의 압력 또는 그 압력에 대항하는 힘입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이나 외부 상황이 내 인생에 압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자기 삶의 결정권을 빼앗기지 말고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을이어서 서럽다면 스스로 갑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속상하고 억울하면 출세를 하거나 갑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내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결정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있을 때는 예측가능성과 통제가능성이 줄어들어 스트레스가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영역을 침해하고 권한을 무시할 때는 그 사람이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자신을 준비시켜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똑 부러지게 일처리를 해서 잔소리를 할 여지를 주지 말고, 그 상사가 무시하지 못할 실력·학력·자격·지위 등을 갖추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각종 시험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이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계획적이고 효율적인 공부를 통해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입니다. 공부를 하지 않거나 시험에 떨어지면 시험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애써도 해결되지 않는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는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의 평화를 찾으면 다시 휴식, 소화, 번식에 관련된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됩니다.

그러니까 스트레스를 평가해서 이길 수 있으면 싸우고, 질 것 같으면 이길 준비를 위해 시간을 번 후에 다시 도전하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피할 수 없으면 싸우도록 하며, 싸울 수 없을 때는 지나치게 마음을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몸이 상할 정도로 심하게 무리하지 말고 힘든 상황에서도 마음을 쉴 수 있는 장소나 즐거운 일을 찾는 것 역시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힘들다고 생각하는 순간 편도체는 그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스트레스 반응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미 지나간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그 일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한 후에 필요한 교훈만 남기고 사건에 관한 감정은 잊어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과거지사를 붙들고 감정소모를 하는 것 역시 교감신경을 흥분시킵니다.

 

(4) 관심과 의욕 되찾기

스트레스가 없는 완전한 평화란 지구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므로 건강의 지름길은 스트레스에 대해 투쟁하는 삶을 사는 것이 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에 대한 적극적인 도전을 통해 적절한 수준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정신적으로는 조용한 각성 상태를 유지하여 뇌기능이 최적화된 상태를 의미하며 신체적으로는 대사활동이 증진되지만 각 기관에 대한 혈액공급이 원활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상황에 대한 주도권과 결정권을 가지기 위해 애쓴다고 해도 인생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피할 수 없는 일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럴 경우에 적개심이나 절망감을 품고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기보다는 최대한 잘 넘겨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피할 수 없는 사건을 겪는 동안에도 그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개체는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는 개체보다 스트레스 반응이 약하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다른 연구에서는 스트레스에 잘 대처한 것에 대한 보상이 있는 경우에 보상이 없는 경우보다 스트레스 반응이 약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므로 너무 우울해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더라도 억지로라도 관심과 흥미를 끌 수 있는 일을 찾아 의욕적으로 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열심히 노력한 자신에게 적절한 보상을 주어 즐겁다는 느낌을 되찾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너무 큰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무리하지 마지 말고 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단계를 잘게 나누어서 조금씩 나아가는 성취감을 맛보는 것도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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